“유한양행 신약 같이 개발했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땅을 밟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 제노스코가 코스닥 상장에 나섰는데, 모회사인 오스코텍(24,300원 ▼ 1,350 -5.26%)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스코텍이 주주와 소통없이 ‘쪼개기 상장’을 추진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를 결성해 이 회사 지분 결집에 나섰는데, 최근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의 지분마저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캡처

13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46분 기준 이곳에 모인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오스코텍 주식 490만8019주를 확보했다. 지분율로 치면 12.83%다. 이는 올해 6월 말 기준 지분 12.48%를 보유한 최대주주 김정근 대표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이다. 오스코텍 주식을 5% 넘게 보유한 주주는 김 대표가 유일하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건 오스코텍이 지난달 22일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코스닥시장 입성을 추진하면서다. 주주들은 사실상 물적 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처럼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노스코 기업공개(IPO) 소식에 실망한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오스코텍 주가는 제노스코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10월 22일부터 전날까지 38.64% 하락했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이 연구개발(R&D) 목적으로 2000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비상장회사로, 렉라자를 발굴한 뒤 유한양행(126,900원 ▼ 5,600 -4.23%)에 기술이전을 했다. 이에 두 회사는 향후 유한양행이 받는 렉라자 판매 로열티의 40%를 50대 50으로 수령한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상 제노스코 실적은 오스코텍 실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제노스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오스코텍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에 있다. 유한양행 주가가 올해 들어 연초 대비 두 배가량 뛸 동안 오스코텍은 5.42% 오르는 데 그쳤다. 유한양행 주가는 지난해 말 6만8800원에 불과했으나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전해진 8월 급등, 10월 16일 종가 기준 최고치인 16만3700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조정 양상을 보이며 주가가 10만원 초반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개발사인 오스코텍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과 대조된다. 오스코텍 역시 8~10월 4만원 전후로 주가가 뛰었지만 제노스코 상장 소식이 알려진 이후 폭락했다.

주주들은 “오스코텍은 제노스코가 IPO 계획을 발표하기 전날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이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주주와 소통하지 않는 회사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소액주주는 “아들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제노스코에 많이 있어서 합병 대신 ‘쪼개기 상장’을 택한다는 등 여러 의혹이 나오는 것도 주주 불만의 연장선“이라면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를 중복 상장이 아닌, 합병하는 것이 주주 가치를 실현하는 더 좋은 방식”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오스코텍은 지난해에도 잇단 대규모 유상증자와 임상 실패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이에 주주들은 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인 초다수결의제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오스코텍은 현재 발행주식의 5분의 4인 80% 이상 찬성을 초다수결의 요건으로 두고 있다.

주주들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하고 최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초래해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 내용의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으나, 표 대결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회사가 추천한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윤태영 대표이사는 재선임에 성공했다.

최근 주주대표로 선출된 닉네임 ‘조이아빠’는 다시 회사 정관에서 초다수결의제 조항 삭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정근 대표가 이 조항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조이아빠는 오스코텍 주식 1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연대는 제노스코 상장 추진과 관련해 상장금지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임의단체(비법인화)로 오스코텍 주주연대를 신청했고, 5일 창립총회를 열고 운영진을 구성했다. 아울러 액트와 협의해 주주들의 주식을 위임받는 절차를 준비해서 주주연대 명의로 기업공시를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이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제노스코 상장은 ‘쪼개기 상장’이 아니며, 보스턴 현지에서 15년 이상 뚝심 있게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왔던 바이오텍의 상장“이라며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제2, 제3의 레이저티닙이 탄생한다면 이는 곧 오스코텍의 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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